성장 | 생각 기록

번아웃 탈출기 (2) 밖으로 나가거나, 몸을 움직인다.

DA Damla 2024. 5. 19. 22:26

두번째 번아웃 탈출 방법은 밖으로 나가거나 몸을 움직이는 것이다.

 

번아웃이 왔을 때 내가 겪은 증상은 1) 나도 모르게 유투브를 보고 있거나, 2) 드라마를 찾아보곤 한다. 번아웃 관련 정보를 찾아보니 내가 겪은 2가지 증상은 번아웃이 온 스스로가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생각에 드라마를 보게 되는 거라고 했다. 그러고보니, 드라마 이야기들은 실제 내 생활과 동떨어진 이야기들이었고, 드라마를 보는 순간만큼은 내 삶의 어려운 점을 잊곤 했다. 드라마를 보지 않고, 잠시 가만히 있을 때나, 드라마가 끝난 후 찾아오는 정적은 다시 내 삶을 생각나게 했고, 그렇게 나는 다시 우울해지거나, 힘이 빠지거나, 가만히 잊거나 다시 다른 드라마를 찾아 나서곤 했다.

 

본래 번아웃을 겪기 전에는 흔히들 본 2020년 이후 나온 히트작품들을 거의 본적이 없었다. 기억나는 드라마가 '꽃보다 남자'정도? '태양의 후예', '도깨비'는 더더욱 본적이 없다. 가끔 쇼츠로 접한 내용만 아는 정도 였다. 하지만 2022년 12월 부터 '환혼'을 시작으로 계속 해서 연달아 드라마를 보기 시작 했고, 많이 볼 때는 한주에 3~4개를 찾아볼 정도 였다. 방송사마다 방영하는 드라마 정보는 다 찾아보고 줄거리를 외고 있는 정도 였달까..ㅎㅎㅎ

사실 스토리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짧게 일할때도, 시놉시스를 읽고는 마치 본것 처럼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곤 했었다. 영화 소개 프로그램도 번아웃 이전부터 틈틈히 찾아보는 것이 취미였을 정도 였다. 그 습성과 결합해서 나는 거의 모든 드라마들을 꿰뚫기 시작 했고, 주말엔 쇼파에 기대어 한주간 방영된 모든 드라마를 몰아보곤 했다. 방영하지 않은 OTT시리즈들도 모두 포함해서 말이다.

 

그렇게 Binge-watching(몰아보기)가 끝나면, 허탈감, 시간아까움, 상실감 등을 강하게 느꼈고, 다시 보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하며 다음 미리보기, 선공개를 기다리는 나였다. 그렇게 몇개월을 보냈던 나는 결국 하루에 5편씩보던 드라마를 3개 쯤에서 멈추고는 밖으로 나가기 시작 했다. 허탈감을 느끼는 순간이 드라마를 모두 보고 결말을 알게된 나보다 더 싫은 순간이 었고, 나는 내가 기분 좋게 만드는 행동으로 TV 끈 것 처럼, 드라마를 보던 나를 멈추게 한 후에 허탈감을 끌어않고 있지 않고, 나가서 풀려고 했다. 그렇게 한걸음 밖으로 나갔고, 공부를 하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힘이 없었던 나는 일단은 나가서 운동을 시작 했다. 처음 시작한 운동은 길지 않았다. 20~30분 어쩌다가 걷고 어떨땐 구보를 하고.. 조깅이라고 불렀지만 뛰는 시간보다 풍경을 보고 생각을 하는 시간이 더 길어던 듯 했다. 혹은 유투브를 듣거나 ...

 

지금 까지 돌아보면 한번에 끊고 새로 시작하는 것은 무엇보다 어렵다. 시작하는 것보다 어려웠다. 계속 보다 끄고나온 유투브 다음 장면이 아른 거렸고, 생각하지 않아도되고 보고나면 내가 뭘 봤는지도 잊어버리면서 생각나는 그 장면을 그 비디오를 나는 찾아서 다시 켜곤 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런 시간을 보낸 나도, 차츰차츰 몇개월을 똑같이 밖에서 들으면서 걷거나 뛰다가 이런 방식은 오히려 운동이 되지 않고 시간 떼우기와 다름 없다는 것을 느끼면서 조금씩 줄여가기 시작 했다.

 

마치 중독된 행동을 한번에 끊기 어렵듯, 번아웃도 한번에 나를 떠나가지 않았고. 이 글을 쓰기 3주 전까지만 해도, 아니 1주 전만해도 나는 계속 번아웃 상태였다. 지금도 완전히 나은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미래를 생각하고 꿈꿀 힘이 생겼다.어떻게 하면 좋을지 계획도 새우고 있고, 생각이라는 것을 하면서 미루웠단 자기개발서도 읽었고, 하나씩 생각한 일을 하고 있다. 

 

누구나 어렵다. 누구나 힘들다. 어느 하나 쉬운 것이 없다. 그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렇게 조금씩 움직이면서 시간이 들고 한번에 끊지 못한다고 나를 자책하고 몰아세우지 않고 오히려 하나씩 해나가는 것이 인생이다. 그게 삶이다.

 

20대까지 뭔가 매일 달라져야 한다 라고 강박적으로 생각해서, 매일매일 똑같은 하루가 싫었다. 뭔가 달라지고 싶었다. 하지만 똑같은 날이 쌓이면 더 나아 질 수 있는 기회가 오거나 순간이 온다는 것을 매일 조금씩 느낀다. 그럼에도 나는 매일 똑같은 하루에 또 무료함을 느낀다. 인간은 이중적이지만, 조금씩 알아채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니 이 글을 읽는 분도. 괜찮다. 나아지려고 생각했다면 그것만으로 괜찮다. 어쩌다 조금 움직였다면 그게 시작일테니. 저번주에 혹은 어제 움직였고, 오늘 다시 TV앞에 앉아 있다면 괜찮다. 내일 다시 하면 되니까.